같은 회사인데 순위가 다르다? — HBM·DRAM·NAND, 3개의 메모리 왕좌 이야기

“메모리 반도체 1위는 삼성이야, SK하이닉스야?”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정답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AI 시대의 메모리 시장은 HBM·DRAM·NAND라는 세 개의 서로 다른 왕좌로 나뉘어 있고, 놀랍게도 이 세 왕좌의 주인이 전부 다릅니다. 오늘은 2026년 1분기 기준 최신 데이터로 이 흥미로운 삼파전을 풀어보겠습니다.

1. 메모리는 하나가 아니다 — 세 가지 역할부터 이해하기

본격적인 순위를 보기 전에 개념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세 가지 메모리는 각기 다른 쓰임새를 가진 별개의 시장이다.
  • HBM(고대역폭메모리): AI 연산 속도를 결정하는 초고속 메모리. GPU 옆에 붙어 AI 모델을 학습·추론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 DRAM: 컴퓨터와 서버가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쓰는 메모리. 시스템 전체의 실행 속도를 좌우합니다.
  • NAND: 데이터를 장기간 저장하는 메모리. SSD의 핵심 부품으로, AI가 다룰 방대한 데이터를 담아두는 저장소 역할을 합니다.

같은 ‘메모리’라는 이름으로 묶이지만, 쓰임새가 완전히 다른 세 시장이라는 점이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2. HBM: SK하이닉스의 압도적 왕좌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2026년 1분기 데이터에 따르면 HBM 시장 점유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6년 1분기 HBM 시장 점유율
순위기업점유율
1위SK하이닉스58%
2위(공동)삼성전자21%
2위(공동)마이크론21%
순위기업점유율

SK하이닉스가 절반을 훌쩍 넘는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다만 흥미로운 대목은, 1년 전(2025년 1분기) 69%였던 점유율이 58%로 11%포인트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가 13%에서 21%로, 마이크론이 18%에서 21%로 각각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추격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HBM4 인증을 업계 최초로 통과하며 하반기 반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 DRAM: 삼성전자가 다시 잡은 1위, 그리고 중국의 추격

같은 분기, DRAM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그림이 펼쳐집니다.

DRAM 시장 점유율: 삼성전자 선두 탈환과 중국의 추격
순위기업점유율
1위삼성전자38.4%
2위SK하이닉스29.3%
3위마이크론22.3%
4위CXMT (중국)8.0%
5위난야 (대만)2.0%

HBM에서는 3위인 삼성전자가, DRAM 전체 시장에서는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두 회사가 DRAM 매출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삼성전자가 다시 선두를 탈환한 모습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중국 CXMT의 성장세입니다. 1년 전 점유율이 3%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8%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최근 CXMT가 중국 증시에 상장하며 약 6조 5,000억 원의 자금까지 조달한 만큼, 앞으로 범용 DRAM 시장에서의 추격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4. NAND: 삼성전자 독주 속 중국 업체들의 약진

마지막으로 저장용 메모리인 NAND 시장입니다.

NAND 시장 점유율: 삼성전자 독주와 중국 업체들 약진
순위기업점유율
1위삼성전자29%
2위SK하이닉스18%
3위키옥시아 (일본)14%
공동 4위마이크론13%
공동 4위샌디스크13%
공동 4위YMTC (중국)13%

NAND에서도 삼성전자가 1위를 지키고 있지만, 4위권에 무려 세 개 기업이 13%로 동률을 이루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특히 중국의 YMTC는 직전 분기 8%에서 이번 분기 13%로 점유율이 크게 뛰었는데,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국면을 잘 활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5. 이 데이터, 어떻게 봐야 할까

세 시장을 나란히 놓고 보면 몇 가지 짚어볼 지점이 있습니다.

첫째, ‘메모리 1위’라는 표현은 어떤 시장을 말하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SK하이닉스는 HBM의 절대 강자지만 DRAM 전체로 보면 2위이고, 삼성전자는 DRAM·NAND에서는 1위지만 HBM에서는 아직 추격하는 입장입니다. 뉴스에서 “메모리 1위”라는 제목을 볼 때는 어느 시장을 기준으로 한 이야기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중국 업체들의 성장 속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CXMT(DRAM)와 YMTC(NAND) 모두 1년 새 점유율이 2~5%포인트 넘게 뛰었습니다. 아직 최상위 기술 격차는 존재하지만, 범용 제품 영역에서의 추격은 한국 기업들이 계속 주시해야 할 변수입니다.

셋째, HBM에서의 점유율 변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1년 만에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11%포인트나 낮아진 건, 그만큼 HBM4 세대 전환기에 경쟁 구도가 유동적이라는 뜻입니다. 하반기 HBM4 공급 성과에 따라 순위가 다시 바뀔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정리하며

AI 시대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하나의 순위표로 요약할 수 없는, HBM·DRAM·NAND라는 세 개의 독립적인 전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에서, 삼성전자는 DRAM·NAND에서 각자의 왕좌를 지키고 있는 지금의 구도가 하반기 HBM4 경쟁을 거치며 어떻게 바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

여러분은 이 세 시장 중 앞으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곳이 어디라고 보시나요? 의견 남겨주세요.


본 글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2026년 1분기 메모리 시장 트래커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시장 점유율은 분기마다 변동될 수 있으므로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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